고대 인도네시아②…보로부두르의 탄트라 코드
고대 인도네시아②…보로부두르의 탄트라 코드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3.12.07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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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840년 사이렌드라 왕조가 건축…밀교 방식의 구조, 도를 깨닫는 과정 담아

 

싱가포르의 건설자로 유명한 영국의 스탬포드 래플스 경이 자바섬의 총독(1811~1816)을 맡은 적이 있다. 나폴레옹이 네덜란드를 점령하자 영국이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에 군대를 파견하고 래플스를 총독에 임명한 것이다. 자바 총독 시절에 래플스는 밀림에 거대한 신전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명의 대원을 보냈다. 1814년 인부들이 나무를 자르고 숲을 불태우며 길을 내 마침내 흙더미에 덮여 있는 고대건축물을 발견했다. 폐허 상태였다. 네덜란드 고고학자가 고대의 사원임을 확인했다. 세계 최대 불교건축물로 알려진 자바섬의 보로부두르(Borobudur)는 이렇게 발견되었고, 발견자는 그곳에 가보지 않은 래플스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자바섬을 돌려받은 후에 이 거대사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공중에서 촬영한 보로부두르 /위키피디아
공중에서 촬영한 보로부두르 /위키피디아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보로부두르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힌다. 현지어로 사원이란 뜻의 짠디’(Candi)라는 접두어가 붙지만, 사원이라고 할수 없다. 예불을 드리는 방이 없기 때문에 석탑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최대의 석탑이라면 옳은 표현일 것 같다.

한 변이 111.5m의 정방형에 높이 31.5m의 석조건물이다. 다섯 개 층의 테라스는 정방형, 그 위에 3개층의 원으로 되어 있으며, 정상에는 종() 모양의 스투파(stupa)가 놓여 있다. (스투파는 반구형 석조건축물을 일컫는 산스크리트어 용어이며, 한자로 옮길 때 塔婆’, 혹은 이라 한다.)

자바의 고도 족자카르타((Yogyakarta)에서 서북쪽 40km 지점에 위치한다. 원래는 평야에 작은 구릉이 있었는데, 그 구릉의 완만한 경사를 이용해 위로 갈수록 좁혀지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언덕에 사원을 지었기 때문에 그 지역을 압도했다. 당대엔 화려한 색채가 더해져 상당히 먼 거리에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아래 부분에 있는 다섯 개의 정방형 테라스는 정사각형은 아니다. 네 면 모두가 가운데는 볼록하고, 가장자리로 가면서 두 번 꺾인 모형이다. 원형 테라스에는 작은 스투파를 올려 놓았는데, 첫째 층에 32, 둘째 층에 24, 세 번째 층에 16, 합쳐 72개에 이른다. 스투파 하나에는 불상 하나씩 들어 있었으나, 도난당해 비어 있는 곳도 있다.

 

보로부두르의 평면도 /위키피디아
보로부두르의 평면도 /위키피디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이 건축물은 만달라(mandala, 曼茶羅)의 구조를 형성한다. 만달라는 우주의 진리를 상징하는 밀교(密敎, tantraism)의 표현양식이다. 따라서 보로부두르는 탄트라의 세계를 형상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단은 욕망의 세계, 다섯 개 정방형 테라스는 색()의 세계, 세 개의 원형 테라스는 공()의 세계를 뜻한다. 기하학적 형상을 통해 기를 집중시키고 악마를 쫓아내는 주술적 효과를 노렸다. 석탑을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며 욕망의 세계에서 유()의 세계를 지나 무()의 세계로 가는 해탈을 경험하게 된다. 불교의 삼계(三界)를 차례로 나타낸다.

동남아의 불교는 대체로 소승불교(Hinayana) 또는 상좌불교(Theravanda)인데, 이곳 보로부두르는 대승불교(Mahayana)에 속한다고 한다. 그중에도 밀교로 분류한다. 밀교는 주문, 의례, 상징을 중시한다. 보로부두르는 여러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보로부두르의 불상과 스투파 /위키피디아
보로부두르의 불상과 스투파 /위키피디아

 

탑의 정상부는 동서남북 네면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면은 우주를 상징하고, 사방불(四方佛)이 각방향에 앉아 있다. 최정상의 스투파는 막혀 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수 없다. 아무것도 없이 비워두어 공()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고, 부처가 들어 있다는 설도 있다.

신도들은 정상부로 곧장 가지 않고 사각형 테라스를 시계방향으로 돌며 한 계단씩 올라간다. 테라스 벽면에는 다양한 그림이 조각되어 있다. 부조에는 세속적인 욕망에서 도를 깨닫기까지의 과정의 그림이 순차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불교건축물을 만든 사이렌드라 왕조의 자기표현이다.

최하층 부조에는 석가가 태어나기 전의 세속적 세계가 묘사되어 있다. 이 층은 기반이 허약해 석재로 보강하는 바람에 관람객들에겐 감춰져 있다. 그 위해 석가가 태어나 왕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고, 차츰 득도하는 과정을 그려 나갔다. 아울러 부조에는 당대의 일상생활도 담겨져 있고, 논농사를 하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탑돌이를 통해 성불의 체험을 하게 된다.

부조의 총길이는 2.5km에 이른다. 보로부두르엔 불상이 505구가 있다.

 

보로부루르는 서기 780년경에 착공해 840년경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건축기간은 50년 걸린 것으로 보인다.

보로부두르를 건설한 왕조는 자바 중부를 지배한 세력은 사이렌드라 왕조(Sailendra Dynasty)였다. 200명의 노동자가 동원되어 1년의 절반씩 일하면 50년이 걸리는 역사였다.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조각가가 동원되었을 것이다. 사이렌드라 왕조는 보로부두르를 불교 성지인 메루산(수미산)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를 부흥시킨 사이렌드라 왕조는 곧이어 힌두교를 믿는 산자야 왕조에게 쫓겨났다. 힌두 왕조는 보로부두르를 힌두 사원으로 활용했지만, 930년에 무슨 이유인지 자바 동부로 수도를 옮겨가면서 보로부두르 일대는 주변부가 되었다. 14세기 이후 이슬람 왕조가 자바를 지배하면서 사원은 완전히 방치되었다. 사원 주변에 풀이 돋고 밀림이 들어섰다. 이슬람 왕조는 보로부두르를 불운의 상징으로 격하시켰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하지만 현지인의 민담과 노래에 보로부두르의 존재가 전해져 왔다.

 

​보로부두르 부조 한 장면. 룸비니 왕국의 마야 왕비가 싯다르타를 잉태한 모습. /위키피디아​
​보로부두르 부조 한 장면. 룸비니 왕국의 마야 왕비가 싯다르타를 잉태한 모습. /위키피디아​

 

네덜란드 식민당국자들이 래플스에게 건네받았을 때 보로부루르는 붕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빗물이 기단 아래 스며들어 지반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보로부두르의 발견은 아시아 불교왕국이었던 태국의 관심을 끌었다. 태국의 쭐라롱꼰 국왕은 1896년 자바를 방문해 불상 몇개를 달라고 했다. 네덜란드 당국은 허용했다. 태국 국왕은 불상과 부조 등을 가져갔는데, 그 유물은 현재 방콕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1935년 네덜란드 고고학자들이 흙을 벗겨내는 일은 마쳤지만 복구에는 손을 쓰지 못했다. 독립한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1970년에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보로부두르 재건에 나섰고,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보로부두르의 측면 구조 /위키피디아
보로부두르의 측면 구조 /위키피디아

 


<참고자료>

Wikipedia, Borobudur 

Wikipedia, Stamford Raffles 

동남아의 역사와 문화, 매리 하이듀즈, 2012, 솔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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